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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원을 말해봐

?....! 2011. 5. 14. 19:34

간만에 아주 괜찮고 재미있는 영화를 봤다. 그리 많이 알려지진 않은 것 같은데 아주 볼만한 영화다. 내용은 소위 '된장녀'라고 불릴만한 여자 두명(극 중 하루, 시원)이 남자에게 잡혀가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스릴러 풍자극이다. 이하 줄거리, 내용 및 스포일러 포함. 영화를 보기 전엔 읽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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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제는 명확해보인다. 가장 감동적인 장면 두 씬이 있는데 첫번째 씬은 다음과 같다. 극 중 택시기사는 여자 두명을 컨테이너로 끌고 가서 한 명을 강간한다. 다른 한 명에게도 음식을 사주고 역시 강간을 한다. 극 중에 시원이라는 여자를 강간할 때부터는 강간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어렵다. 첫번째 여자 하루를 강간했을 때처럼 격렬한 저항도 없고 신음 소리에서는 즐기는 듯한 분위기도 살짝 난다.

 

날이 지나 남자는 음식을 사들고 하루 앞에 놓는다. 여자는 음식을 보며 이제 먹어도 되냐며 재차 물어보다 참지 못하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한다. 남자는 하루 뒤로 가 담담히 팬티를 벗기고 자신의 좆을 과감히 꽂는다. 여기서 비장한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고 반복적인 음정이 반복적인 피스톤 운동과 함께 펼쳐진다. 남자는 열심히 피스톤 운동을 하고 여자는 열심히 음식을 먹는 장면!!! 정말 아름답다. 이처럼 남녀의 모습을 잘 풍자한 장면이 또 있을까..남자는 사정을 하고 피스톤 운동을 끝내지만 하루는 계속해서 엉덩이를 (남자를 위해) 흔들어주며 음식을 먹는다....

 

씬이 바뀌고 과거 하루와 시원이 잘 나갈 시절(?) 모습이 나온다.

 

시원: 너 걔랑 사귀냐?

하루: 미쳤냐? 내가 걔랑 왜 사겨?

시원: 그런데 걔랑 왜 잤냐?

하루: 자봐야 사귀던지 말던지 할거 아니야...

중략..

하루: 내가 먹던거 빌려줘?

시원: 난 딴거 몰라도 남자는 절대 못 나눠 먹는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런 대사들이 나오고 다시 장면이 바뀌고 시원은 아주 성심성의껏 (하루가 먹던? 먹히던?)남자의 좆을 빨아준다. 얼마나 좋았냐며 싱글거리며 남자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시원. 이전의 시원의 말을 직설적이면서 재미있게 풍자하는 장면. 쓴웃음 반 어이없음 반의 감정이 조합되어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서로 볼장 다본 후라 시원과 하루는 남자의 사랑(또는 음식)을 얻기 위해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스릴러의 무거움과 거북함은 사라지고 철저하게 풍자극으로 돌변한다. 이런 상황 설정에 이렇게 크게 웃을 수 있는 아이러니....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꼭 이 부분을 놓치지 말고 보길 바란다. 남성들이 들었을 법한 (음식을 얻고자 하는)여자들의 모습을 매우 잘 표현했다. 혹자는 이런 장면에 쓴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며.....

 

두번째로 감동적인 장면은 전라의 시원과 남자가 서로 안고 잠을 자고 있는데.......이에 하루는 이들에게 다가가 옷을 모두 벗고 남자 옆에 살며시 눕는다. 한 남자 양 옆에 전라의 두 여자...한 없이 사랑스럽게 남자에게 기대어 자는 모습.....하지만 이 전에 나왔던(뒤치기하면서 음식먹는 장면) 음악이 다시 한번 비장하게 흐른다.

 

아.......정말 아름다운 장면이다.....이 씬을 좀 더 길게 가져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음악도 좀 더 비장하게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아니면 아예 아주 아름다운 음악으로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이 장면에서 감동과 아름다움을 느낀 이유는 무엇때문이었을까. 강자와 약자들의 관계에서 강자를 위시한 약자들의 경쟁 관계로, 그리고 다시 그들 모두 잠시나마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는 과정을 통해 갈등의 전개과정의 다이나믹함에 웃고 또 그 서로가 합일되는 과정의 평화로움에 반전과 아이러니를 느꼈기때문 아닐까.

 

이렇게 영화는 '된장녀', '보슬아치'라고 얼컬어지는 소비적이고 물질 문명에 제대로 길들여진 속물 여자들의 빈껍질을 무참히 뭉개버리고 그들의 본질을 추악하도록 아름답게 까발린다. 명품 가방을 들고 스테이크를 자르며 원나잇을 즐기며 고상을 떠는 그녀들은 그녀들이 평소 경멸하는 후줄그레한 남성에게 처참히 그들의 본질이 까발려지게 된다.

 

역사의 발전과정 속에서 감춰지고 은폐되고 무의식의 영역에서 침잠하고 있는 인간 남녀관계의 본질을 이렇게 냉소를 보이면서, 때로는 풍자하며, 처절하지만 아름답게 유쾌하게 표현한 영화를 만나서 기쁘다. 물질문명에 제대로 적응한 강자만이 여자를 취하고 물질문명에 제대로 길들여진 무개념 여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작지 않다고 본다. 보다 심오하게는 본질적으로 동물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남녀관계의 본질을 말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한국사회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물질문명과 속물적인 기준밖에 감지하지 못하고 그것이 진리인양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참고할만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극 중 남자의 대사가 아직도 귓가에 남는다...
남자는 원하는 것을 사주고 여자는 남자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이제 우리 사귀는 거 맞죠? 맞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