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ve, 사이키델릭 모던 일렉트로닉 소프트 액션 무비
대박이다......2011년에 나온 작품인데 이렇게 엄청난 영화일줄은 몰랐다....
매우 충격이다.....이런 신선함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이 영화의 장르를 사이키델릭 모던 일렉트로닉 소프트 액션 무비라고 정해보았다. 시종일관 분위기를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바로 도시와 도시인들의 음울하면서도 촉촉한 멜랑꼴리함이다.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났으면 어떤 출생 과거를 가진 지 알 수 없는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사실, 그런 것들은 알 필요도 없고 알면 더 의미없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마치 개인의 과거와 동기를 블러링하면서 더욱더 개연성을 찾게만드는 절묘함....
주인공....그는 잘 다듬어진 몸매에 다소 차가운 외모를 소유한 그는 이번 영화에 최적절 캐스팅의 한 부분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말한다. 5분의 시간을 준다고. 난 단지 드라이브만 한다고. 상황이 불리해져도 그건 전적으로 당신의 몫이라고. 난 단지 드라이브만 한다고.... 철저히 자신의 일만 생각하는 그의 모습에서 기계처럼 돌아가는 도시의 모습과 사람들 그리고 개인들이 연상된다.
그런 설정에 어울리는 주인공의 외모. 잘 빠진 몸매에 차갑고 잘생겼지만 차가운 마스크...자기 일만 묵묵히 수행하는 모습....여기에 더해지는 반복적이고 일렉트로닉한 배경음악.
하지만 그는 그녀와 그의 아이를 보고 감정을 느낀다. 드라이브만 하던 그는 남의 가정을 돕기로 한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원빈이 주연한 영화 '아저씨'가 떠올랐다. '아저씨'처럼 육체적으로 매우 강한 주인공이 등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영화 주인공 모두 어딘가 고독해보이고 소외된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매우 좋은 skill을 가지고 있다는 점. 다만, 영화 아저씨에서는 강력한 비운의 동기가 존재했지만 영화 드라이브에서는 주인공의 아픈 과거라던지 아픈 실연같은 신파극의 기억은 없어보인다.
뭔가 매우 힘들고 매우 아프고 비극적인 뭔가는 딱히 없지만 알수 없는 뭔가 허전하고 우울하고 차가운 그의 모습....현대를 관통하는 도시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촉촉하면서도 생생한 무미건조함이라는 표현이 어울릴까. 현 사회의 본질 탓에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그 무미건조함에 상품과 자본으로 촉촉함을 채우려 하지만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괴리와 모순......
단정하고 깔끔하게 쭉쭉 솓아오른 빌딩 숲....그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을 위해 오늘도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며 바쁘게 산다. 모든 정보가 넘치고 분업은 더욱 철저하게 가속화되고 우리는 우리 일 아니 자기 일만 하면 된다.....
딱히 아픈 과거도 아픈 기억도 없어도 왜 우리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힐까. 순간의 개인적 감상일뿐일까? 의식하지 못할지라도....다른 강한 감정에 마스킹되어 있지만 언제나 도시인들 마음 깊은 속에 숨겨있는 음울함과 객체화에 따른 상실감은 현대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이후로 계속해서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 이슈다..
그런 이슈를 이 영화는 매우 예술적인 동시에 매우 흥미롭게 연출했다......우리도 주인공처럼 한번쯤은 아무런 관계도 없던 타인을 위해 강한 도발과 폭력을 행사하고 싶지 않은가....그 계기는 사랑이 촉발점이기도 하지만 사랑이라는 점화요소는 라이터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리 현대인들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가연성 물질을 포함하고 때를 기다릴지도 모른다.
그다지 비극적이지 않지만 그다지 비극적이지 않아서 더욱 여운이 남게된다....조금 더 비극적이고 조금 더 동기가 확연하고 조금 더 아픈 과거가 주인공에게 있었다면 드라이브는 영화로서 더 강렬하게 재밌게 느껴질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가 않기엔 영화가 끝나서도 더욱 강렬하다..
바로, 그것이 우리의 모습인지 우리와 동떨어진 영화인지 구분이 불가할 때 생기는 감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