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합니다

2011. 5. 6. 22:59Visual Transform

천 오백여명의 사람들이 매긴 평점 9.6.....안 볼 수가 없었다. 노인들이 주인공인 영화라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다. 늙고 쭈글쭈글한 것보다 젊고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를 본능적으로 원하기 때문일까...우리들 모두 빠른 시간 내에 노인이 된다는 것은 잊고 싶은 모양인가 보다.

 

영화는 노인들의 사랑을 표면에 내세우고 기타 주제들을 은밀히 제시하며 줄거리를 형성한다. 자칫하면 노인들의 사랑을 조명해본다는 젊은 것들의 같잖은 의도에서 맴돌 수 있는 것을 이 영화는 여러 도구를 통해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부가적인 재미까지 양념으로 버무리고 있다. 이것이 과연 노인들의 로맨스 영화인가 아니면 코믹 영화인가 의심될 정도로 적절한 타이밍에 보는 이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물론 그 웃음의 코드는 젊은 이들이 가지는 노인들에 대한 고정적인 관념과 이미지를 부숴버리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방식이 압도적이다.

 

이쯤에서 어떤 댓글이 생각난다. '노인들을 아프게 하는 것은 관절염이 아니라 미처 늙지못한 마음때문이리라....' 나이가 들었다고 밥만 먹고 살수는 없지 않은가. 사랑도 먹고 성도 먹고 자유도 먹고 명예감도 먹고 성취감도 먹고 보람도 먹고 재미도 먹고 싶은 것은 나이가 든다고 늙는 욕구들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강해지는 욕구와 감정을 젊은 것들이 어찌 이해할 수 있으랴..

 

다른 한편으로, 영화 속에 만석 할아버지(이순재)는 노인판 시크릿 가든 현빈이다. 거대 재벌은 아닐지라도 언제나 당당하고 때로는 터프하며 상대 할머니 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삶을 사는 강자인 것이다. 노인들의 아름다운 로맨스의 구조도 역시 강한 남자가 있어야 빛을 발하는 것임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영화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주제도 은연중에 놓치지 않는다. 바로, 부모 봉양의 문제.....결혼을 하면 분가를 하는 것이 당연한 세태인 지금 우리들은 부모님에게 얼마나 많은 정신적, 물질적 행복을 드리고 있는가. 영화에서는 자식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물론 모두들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개개의 가정의 문제로 치부하기도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교육비, 직업의 안정성, 낮은 사회복지 등 여러 문제로 아이 낳기도 두렵고 결혼조차 꺼려지는 현재 대한민국 젊은 세대들에게도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그리 가볍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는 없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그리고 매우 아름답게 채색된 이상적인 사랑이야기....우리 모두가 직면하게 될 노인이라는 계층.....주류에서 떠나 비주류로 살아가게 될 모든 이들에게 잠시 사색을 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9.6의 평점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아차, 그런데 영화를 보고 감상을 정리하며 계속 노인으로 그들을 아무렇지 않게 지칭하는 나를 보며 알게모르게 행해지는 소극적 폭력을 나도 모르게 행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아직 나는 나이라는 측면에 있어 강자의 위치에 있는 것인가. 노인....대상의 현실을 표현하는 무가치적 단어일뿐인가. 겉으로는 안그런 척 하지만 소수 계층에 대한 비하와 모멸이 은연중에 자리잡고 단어들인가...그들도 똑같이 그냥 인간 또는 사람 또는 연장자로 분류되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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