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쇼

2011. 9. 26. 15:44Text Transform

리차드 도킨스의 10번 째 역작.

 

세계적 무신론자이며 현대 진화론자의 대표격인 도킨스의 진화론의 증거를 다룬 책이다. 일반인 교양서로 역시 훌륭하다. 진화론의 다양한 증거들을 도킨스가 아주 친절하고도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과학에 아주 무지한 바보가 아닌 이상 거의 모든 대다수 일반인들이 이해할만하게 쉽고 재미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각각의 개체들의 상향식 운동과정들이 모여 전체 패턴을 이루는 것을 설명한 파트. 찌르레기의 집단 운동과정을 통해 비유로 설명하는데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가 없다. 이런 Bottom-up, 각 개체들의 각자만의 상향식 운동 요소들의 조합이 전체 하나의 규칙적인 패턴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은 생물학 외에도 상당히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청사진이나 위대한 설계자의 설계자없이도 각 개체들의 운동과 최적 선택에 따라 전체 집단과 군집 또는 각 요소들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개체가 일정한 방향으로 운동 또는 발달해갈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있다. 사실, 이런 논리로 다른 분야에 적용하면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다소 억지일 수도 있으나 재미는 있다.

 

먼저 개인의 삶을 이런 것에 적용해보자. 개인의 인생의 최대 목표를 정해놓고 모든 일과가 삶들이 그것을 위한 행동과 노력으로 점철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반대로, 하루하루 각 개인이 하고싶은 행동으로 생활한다고 가정하자. 언뜻 보면 전자의 삶이 우러러 칭송받으며 후자의 삶은 개쓰레기 삶으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 과연 그런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크게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후자의 삶을 살아가는 편이 많다. 음악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하루에 열 시간 이상 기타를 끼고 사는 뮤지션의 경우, 그가 최고 음악가라는 결과를 위해 하루하루를 그에 맞춰 산 것인가? 물론 재미있고 하다보니 그런 목표가 생길 수는 있으나 그것은 순간의 감정이지 하루하루를 움직이는 설계도나 청사진은 아니다.

 

자신의 본능에 맡기고 잠재의식과 의식의 괴리를 최대한 줄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하루하루 재미있게 솔직하게 살아가는 인생이 각자가 추구할만한 것 아닌가. 인간의 진화법칙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삶의 방식 아니겠는가. 설계도와 청사진은 개체의 바텀 업 운동 과정 중에 발현되는 일부 요소일뿐이다.

 

물론, 죄수의 딜레마나 거시경제학등의 주장이나 이론을 보면 이런 각 개체의 운동들이 항상 최선의 결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때로는 타 주체에 의한 상위계층의 설계자가 필요하고 청사진이 필요하며 계획이 필요하다. 허나, DNA나 발생학적인 각 개체들의 최적 운동의 조합도 진화의 산물인 것을 감안하며 우리가 계획이라 칭하는 모든 것들도 결국 각 개체들의 최적 진화 과정의 일부인 개체의 상향식 운동 중의 하나가 아닐까.

 

이런 주제 외에 쉽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은데 강추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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